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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국 여행객의 지도 전쟁

만물상

by 거부기만물상 2025. 4. 18. 12:00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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구글지도는 길을 잃고, 네이버지도는 영어를 잃었다

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 친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.

"서울은 너무 멋진 도시야. 하지만 지도 앱은 완전 미로 같아."

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.

한국에선 ‘지도’조차 문화 충격이 될 수 있다는 걸요.

 

1. 구글지도, 한국에선 반쪽짜리 내비게이션

대부분의 외국인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설치하는 건 Google Maps입니다.  전 세계 어디서든 익숙하고 편리하니까요.
하지만 한국에선 이야기가 달라집니다.

  • 도보·운전 내비게이션 제한 : 구글맵은 한국에서 실시간 길찾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.
    예를 들어, "서울역에서 경복궁까지 가고 싶어요!" 하면 구글맵은 이렇게 말합니다.
    “죄송합니다. 이 경로는 제공할 수 없습니다.”
  • 도로 정보 제한 : 실시간 교통량, 골목길 상세 정보, 버스/지하철 경로 등 대부분이 빠져 있습니다.

왜 이런가요?

간단히 말하면 한국의 보안 정책 때문입니다.
대한민국은 지도 데이터를 군사적으로 민감한 정보로 간주하고 있으며, 국내 서버에 저장된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.
구글은 이 데이터를 한국 정부에 요청했지만, 서버를 한국에 두는 조건을 거절하면서 이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.

 

2. 네이버지도 & 카카오맵, 진짜 한국식 지도는 ‘로컬 전용’

그럼 대안은?
한국인들은 네이버지도카카오맵을 씁니다.
두 앱 모두 엄청 정교하고 정확한 지도 정보, 실시간 교통량, 버스·지하철 안내, 길찾기까지 완벽합니다.

하지만 여기에도 외국인을 위한 장벽이 있습니다.

  • 불완전한 영어 지원 : 메뉴는 영어로 나와도, 상호명 · 설명 · 후기 대부분은 한국어입니다.  예를 들어 ‘순대국집’을 찾으면 그게 뭔지조차 알 수 없을 수 있어요.
  • 라틴 알파벳 검색 비효율 : 영어로 'Gyeongbokgung Palace'를 입력해도 검색이 잘 안 되거나, 이상한 위치가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.
  • 외국인 UI 미흡 : 아이콘, 버튼 이름, 경고창 등 사용성이 한국인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어서, UX가 직관적이지 않습니다.

 

3. 외국인 여행자들의 생존 전략

그래서 외국인들은 이렇게 여행합니다.

  1. 구글맵으로 위치 대략 확인 → 네이버지도 열어서 정확한 위치 찾기
  2. 네이버지도를 사용하지만 음식점 리뷰는 트립어드바이저나 구글맵으로 확인
  3. 지하철은 별도 앱 (Subway Korea) 설치
  4. 로컬 친구에게 캡처해서 번역 도움 받기

그야말로 앱 3개 돌려서 겨우 길 하나 찾는 셈이죠.

 

4. 진짜 문제는 기술이 아닌 ‘시선’

흥미로운 점은 이 문제의 본질이 단지 기술이나 정책 때문만은 아니라는 겁니다.
"우리는 외국인을 위해 서비스를 설계하고 있는가?"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.

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은 세계 최고의 로컬 지도 앱이지만, ‘외국인을 위한’ 지도 앱은 아닙니다.
한류, K-팝, K-드라마가 전 세계를 사로잡는 이 시대에, 우리의 공간정보도 글로벌 무대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요?

 

길을 알려주는 건 기술이지만, 배려를 보여주는 건 마음입니다.

지금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이미 우리가 만든 수많은 콘텐츠를 사랑하고 있어요.

그들이 길을 잘 찾아 한국의 숨은 매력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도록, 지도 앱도 한 걸음 더 다가가야 할 때입니다.

언제쯤 구글맵과 네이버지도가 손잡고 외국인 여행자를 환영할 수 있을까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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