만물상

당신은 무슨 낙으로 사는가?

거부기만물상 2025. 4. 20. 06:0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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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당신은 무슨 낙으로 사는가?"

“우리는 왜 사는가?”라는 물음이 너무 거대하다면, 그보다 조금은 가벼운 질문을 던져보자.

“무슨 낙으로 사는가?”

이 질문에는 어떤 고요한 체념이 깃들어 있다.
살아야 하니까 산다, 라는 말처럼, 어쩌면 다들 무언가 한 가닥 ‘낙(樂)’에 기대어 하루를 건너는지도 모른다.

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는 《시지프 신화》에서 이렇게 말했다.

"진정 중요한 철학적 문제는 자살뿐이다.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, 그것이 철학의 근본 질문이다."

 

그 질문의 무게는 무겁지만, 우리가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이유는 생각보다 사소한 것들일지도 모른다.
붉게 물든 노을, 좋아하는 사람의 웃음소리, 카페에서 마시는 첫 모금의 아메리카노, 혹은 새로 산 책을 펼칠 때 나는 종이 냄새.

누군가는 말한다. “요즘은 드라마 보는 맛에 산다.”
또 다른 누군가는 “아이들 밥 먹는 얼굴 보면 다 잊는다”고 한다.
그 작은 기쁨, 어쩌면 낙(樂)이란 이름의 조각들이 우리가 삶을 계속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.

나는 요즘 고요한 음악을 틀어놓고 혼자 걷는 길에서 낙을 찾는다.
계절이 바뀌는 냄새, 바람이 살짝 불어올 때 스치는 감촉,
그리고 내 마음이 잠시 가벼워지는 그 짧은 순간.

정호승 시인은 시에서 이렇게 썼다.

"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/ 모두 저 세상에 있고 / 내가 살아 있는 것은 / 이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다."

우리는 언젠가 모두 이 세상을 떠날 것이지만, 그 전까지는 아주 작고, 사소하고, 따뜻한 낙들을 안고 살아간다.

그러니 묻고 싶다.

당신은 지금, 무슨 낙으로 살고 있는가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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